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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 [중도일보]문화산책- 대한민국을 풍자하다. (김도일 조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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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닉네임 작성일16-11-02 08:40 조회8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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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일 조선대 교수
▲ 김도일 조선대 교수
마당극의 사회성은 현실참여라는 진보적 연극운동으로서 80년대를 관통하면서 연극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였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하면서부터 연극적 발전은 정체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당극 정신을 살린 작품이 '광주 5월' 역사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펼쳐졌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감옥 안에서 벌어지는 우리 시대의 세태를 풍자한 마당극패 우금치의 마당극 '천강에 뜬 달'이다.

공연마당 양 옆의 망루에는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총을 든 군인의 감시와 마당의 극중 상황에 개입을 하면서 공연은 진행되었다. 마당은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광주의 5월과 아직도 진행 중인 세월호 사건 그리고 신자유주의시대의 경쟁사회, 비정규직문제, 갑질사회, 청년실업, 1%가 지배하는 사회 등 우리가 사는 시대의 자화상과 투쟁이 담겨있다.

극은 신라 성덕왕때 한 노옹에 의하여 불린 4구체 향가. 삼국유사 '수로부인조(水路夫人條)'의 재해석을 통해 비정상적 사회에 대한 과제를 제시한다. 프롤로그에서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가져다 준 철쭉은 진실과 인간의 존엄을 상징하며, 에필로그에서 용에게 납치된 수로부인의 구출을 위해서(다시 말하면 세월호의 아이들) 경내의 모든 백성이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로 바닷물을 쳐서 되찾는 장면은 극중 마당에 펼쳐진 모든 모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의미한다. 마지막 원더우먼 모습의 창조대왕 출현은 우리역사의 배후에 있는 진실을 고발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마당극 '천강에 뜬 달'은 과거 전통의 미의식을 활용한 마당극의 원형과 마당극의 특징을 잘 보여줌으로써 21세기에도 유효한 연극 장르로서 발전 가능성도 발견된다. 먼저 동시대 예술의 특징 중의 하나인 반아리스토텔레스적인 열린 연극으로서의 사면무대 사용은 물론이고 마당극의 전형성에 대한 복원이다. 극에서 오월을 대표하는 망월할멈, 세월호의 정다리, 경쟁사회의 표상인 보험사 직원 정동수, 갑질사회의 피해 여성 정동수의 처 차미순, 배낭 속에 컵라면을 남기고 사고로 죽은 청년실업의 현주소 정벼리 등으로 대표되는 인물들이다. 등장인물들은 개인에 머무르지 않으며 현대를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80년에 아들을 잃어버린 망월할멈과 세월호 사건의 정벼리 등장과 결과는 국가권력의 명분을 상실한 국가폭력의 연속성을 의미하며, 보험사 직원 정동수 가족의 파괴는 자의가 아닌 정치·사회적 환경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개인의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공유시킨다. 대한민국의 숨겨진 얼굴 부자놀이마당은 기득권 세력의 위선과 허위가 등장인물들의 삶과 비교되면서 우리시대의 현주소를 직시하게 만든다.

연출자 류기형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설화와 현실의 직렬배치나 극중 극, 또는 이야기를 통해 설화의 재현을 넘어 풍자와 해학의 기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위정자를 풍자하고, 자식을 잃은 어미 원숭이의 끊어진 창자 이야기는 광주 오월과 세월호의 가족의 심정을 대변하며, '호랑이와 햇님 달님의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그대로 노출한다. 이는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서 카타르시스적 해방감을 제공하며, 전통과 현대의 이음과 조화를 통해 설화를 삶의 보편성으로 포용함으로써 극적 상황을 공감하게 한다.

망월할멈의 알츠하이머병은 점차 잊혀져가는 '광주 5월'에 대한 우리의 모습일지 모른다. 그간 3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광주가 우리시대 얼마나 깊은 상처와 영광을 주었는지, 왜 기억되어야 하는지, 또 광주는 어떻게 재해석되어야 하는지를 마당극 '천강에 뜬 달'은 보여주고 있다. 70~80년대 마당극이 전통을 재창조하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민주화를 위한 시대정신과 함께 했듯이, 이번 마당극 '천강에 뜬 달'을 통해 다시금 마당극정신의 부활을 꿈꾼다.
기사입력 : 2016-10-30 11:11           면번호 : 22면       < 김도일 조선대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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