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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 <천강에 뜬 달> 과 <쪽빛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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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닉네임 작성일18-09-11 02:53 조회3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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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패 우금치 대학로예술극장대극장 공연 (2018.8.1.~12)

<천강에 뜬 달> <쪽빛황혼>

 

김도일(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문학박사)

 

올 여름은 기상 관측 111년 만의 최악의 폭염과 열대야가 한반도를 덮은 가운데 대학로예술극장대극장엔 때 아닌 매회 매진 공연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대전의 ()마당극패 우금치 의 마당극 <천강에 뜬 달><쪽빛황혼>이 그 주인공이다. 마당극패 우금치는 1990년에 창단되어 전통연희를 계승하고 동시대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면서 28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왕성한 공연활동으로 누비고 다니는 대전 소재 마당극 전문 극단이다.

극단 이름우금치는 동학농민전쟁 당시 농민군이 일본군과 관군에 맞서 최후의 항전을 치렀던 장소명을 차용하였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마지막까지 항전했던 농민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민족문화의 꽃을 피워보겠다는 의지와 충청도 지역성을 담고자하는 의지와 그들의 예술적 정체성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우금치의 서울 공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에 국립극장 개관 50주년 공동기획 공연으로 <쪽빛황혼>을 공연하였고, 20055월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일곱 빛깔 무지개 마당극 축제> 란 이름으로 분단, 환경, 가족문제 등을 다룬 우금치의 대표작 일곱 편을 공연한 바가 있다.

당시 <일곱 빛깔 마당극 축제> 기획공연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녔다. 먼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회·문화운동의 성격이 강했던 마당극이 1990년대를 넘기면서 현재적 모습에 대한 자기성찰과 앞으로의 과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과, 정치적 색채를 띠면서 현장성과 운동성을 중시하던 마당극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시대 변화와 함께축제성전통연희의 현대화라는 실험무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일곱 빛깔 마당극 축제> 기획공연은 공동체성에 대한 뿌리의 확인과 전통예술의 연극적 해석에 대한 마당극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연극계의 핵심 공간인 국립극장에서 공연함으로써 마당극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제고의 기회가 되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과거 이러한 편력 때문이라도 이번 우금치 서울 공연은 과연 어떠한 의미와 성과를 남길지 궁금해 하는 시선들이 많았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감옥 <천강에 뜬 달>

 

마당극 <천강에 뜬 달>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감옥 안에서 벌어지는 우리 시대의 세태를 풍자한 공연이다. 마당 판 다시 말하면 무대 공간은 광주의 5월과 아직도 진행 중인 세월호 사건 그리고 신자유주의시대의 경쟁사회, 비정규직문제, 갑질사회, 청년실업, 상위 1%가 지배하는 오늘의 세태 등 우리가 사는 시대의 자화상과 이에 대한 삶의 저항이 담겨있다. 시종일관 국가란 울타리 안에 보장된 허울뿐인 자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시대의 진실을 찾으려는 시민들의 열망은 무대 양 옆의 망루를 지키는 군인들에 의해 감시될 뿐만 아니라 무너져 내린다. 전근대성을 극복하지 못했던 얼마 전까지의 대한민국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다.

극에서 오월을 대표하는 망월할멈, 경쟁사회의 표상인 보험사 직원 정동수, 갑질사회의 피해 여성 정동수의 처 차미순, 배낭 속에 컵라면을 남기고 사고로 죽은 아들을 통해 청년실업의 현주소, 그리고 세월호의 정벼리 등은 우리시대의 정형적 인물상이다. 등장인물들은 일개 개인에 머무르지 않으며 현대를 사는 우리 시대의 인물 군상을 상징적으로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1980년에 망월할멈의 잃어버린 아들과 세월호 사건의 정벼리와의 관계는 불의한 국가폭력의 연속성을 의미하며, 보험사 직원 정동수 가족의 파괴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 부족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소수 권력이 지배하는 정치·사회적 환경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극중 개인의 문제를 모두의 문제로 공유시킨다. 부자놀이마당은 일련의 사건들을 마당으로 끌어들여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력의 위선과 허위를 풍자로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위정자를 풍자하고, 자식을 잃은 어미 원숭이의 끊어진 창자 이야기는 광주 오월과 세월호의 가족의 심정을 대변하며,‘호랑이와 햇님 달님의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그대로 노출한다. 설화의 재해석과 재연 그리고 이의 현실사회와의 결합은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난 카타르시스적 해방감을 제공한다. 전통과 현대의 이음과 조화를 통해 설화를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보편성으로 포용함으로써 극적 상황에 대한 공감을 높여주었다.

망월할멈의 알츠하이머병은 점차 잊혀져가는 광주오월에 대한 우리의 모습이다. 그간 3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광주가 우리시대 얼마나 깊은 상처와 영광을 주었는지, 왜 기억되어야 하는지, 또 광주는 어떻게 재해석되어야 하는지를 마딩극 <천강에 뜬 달>은 다시금 제시한다. 광주의 5월 공동체정신은 우리사회의 희망이며 지금도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일연의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향가 <헌화가> 에 대한 해석은 수로부인의 미모를 강조하거나 수로부인 미모에 대한 노인의 실천행위의 비범함을 강조하거나, 철쭉꽃은 미모의 수로부인이 원시의 야생미를 느껴 소유라는 열망의 대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가져다 준 철쭉을 진실과 인간 존엄의 상징으로, 비정상적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과제의 대상으로 재해석하여 제시하는 면도 인상 깊다.

에필로그에서 용에게 납치된 수로부인의 구출을 위해서 모든 백성들이 마음을 담아 노래 부르며 막대기로 바닷물을 쳐서 되찾는 장면은 극중 마당에 펼쳐진 모든 모순에 대한 해결 방향을 의미한다. 마당극의 내용적 특징의 하나인 부조리한 모순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는 공동체성의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갈수록 상실되어가는 공동체성은 인간성 회복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잊어가는 망월할멈이 805월에 죽은 아들과 세월호 희생자의 상징인 정벼리에게 올리는 젯밥은 모든 관객의 마음을 적시며 가슴을 여미게 만들었다.

 

노인공경은 나의 미래에 대한 사랑 <쪽빛황혼>

 

<쪽빛 황혼>2000년에 창작·공연되어 18_년간 전국각지 200여개 지역에서 공연하였으며,‘2회 창작국악극대상에서 작품상 대상을 수상한 우금치의 대표적 작품이다. 늙은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관계에서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노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아들 사업자금을 위해 논밭을 처분하고 서울로 올라온 박씨 내외는 아들집에서 살게 된다. 어느 날 약장사에게 속아 가짜 약을 사자 며느리에게 타박 당한다. 노부부는 신세한탄을 하게 되고 노인들이 모인 공원에 나가 하루하루를 소일하게 된다. 점점 도시생활에 지쳐가게 되고 자식들은 최씨 할멈이 치매에 걸리자 자식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자고 박영감을 조른다. 실의와 실망을 느낀 박씨 내외는 고향마을로 돌아가 인생의 추억이 담긴 당산나무 밑에서 저승길로 향한다는 이야기이다.

세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리어왕의 비극을 단순하게 자만심과 어리석음이라는 성격적 결함에 의해 시작되어 개인적 차원의 비극을 넘어서서 모든 인간이 격을 수밖에 없는 인생의 비애를 이야기 한다면, <쪽빛황혼>에서 박씨 내외의 마지막 장면의 죽음은 자살이라는 충격적 파괴성이 있지만 핵가족과 개인주의의 심화로 분열하는 가족공동체의 해체 과정에서 노인들의 고독과 아픔을 반추하게 한다.

리어왕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딸 코델리아의 죽음을 통해 리어의 비극적 상황을 극대화하면서 인간의 실존적 절망감을 드러내었다면, <쪽빛항혼>은 죽음이라는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에 대하여 노부부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천도굿으로 극을 맺는다. 천도굿이 망자가 무사히 저승으로 가기를 기원하면서 이승과 저승을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 마지막 장면은 화해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리어왕이 딸들에게 영토를 나누어 주려는 순간부터 비극의 시작이었듯이 박씨 내외도 아들의 사업자금을 위해 논밭을 팔고 서울로 올라온 게 비극의 시작이다. 가끔은 주변에서죽으면 모를까 살아서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면 힘이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이 맞을는지 모른다.

아무튼 작품은 고령화 사회의 노인의 소외 문제를 포착하여 작품의 내면을 전통적 가치관에 접근시키고 이에 대한 기제로 탄생마당이나 고려장 이야기와 같은 설화를 활용하면서 현실과의 접맥을 통해 극의 주제를 강화한다. 설화세계는 효에 대한 전통적 의식의 표현이지만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에 누구나 늙고 죽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노인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나의 미래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즉흥성과 재치 그리고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 효에 대한 연극의 교육적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대 예술 마당극

 

예술의 기본적 기능은 의사소통이다. 예술이 갖는 지향적 구조의 종점에는 예술가나 작품의 스타일로서의 표현성이 존재한다. 우금치의 마당극은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작품의 대다수는 고전과 전통연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내용으로 대중적 감각에서 출발하고 민중의 힘이 드러나는 구성과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고전에 대한 재해석과 전통연희의 특성을 마당극에 잘 융합하여 보편적 주제의식으로 대중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도드라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마당극 <천강에 뜬 달> <쪽빛황혼> 은 과거 탈춤원형을 바탕으로 한 공간과 전통의 미의식은 동시대 예술의 특징 중의 하나인 반아리스토텔레스적인 열린 연극으로서 무대 사용은 물론이고 일상의 모든 공간을 무대로 사용하는 환경연극(environmental theatre)이나 전통적인 무대에서 벗어나 그 공간의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장소특정적 공연(site-specitic performance) 등의 특징을 이미 갖추고 있다.

우금치작품에서 보았듯이 일인칭 서술자의 관점에서 극을 진행하는 탈춤과 판소리 등 민속극의 진행방식과 구성 원리를 응용하여 극에서 변용하거나, 설화나 민속극의 서사적 활용을 통해 정서적 공감을 확대하는 등 한국적 연극의 모형을 계발하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 동안 한국연극이 서구의 자기 완결적 희곡 개념을 도입하여 답습해왔다고 가정한다면 마당극은 자생적인 연극으로서 21세기 동시대 연극 장르로서 발전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본다.

21세기 동시대공연의 화두는 단연 관객의 참여이지만, 가장 오랜 장르인 연극의 역사는 주제와 형태에서 사회를 반영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연극과 사회는 끊임없이 주고받는 역동적인 관계인 것이다. 시대를 읽는 능력과 인간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시대정신을 가지고 관객참여의 내용과 형식을 마당극이 좀 더 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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